(3일째) 만사는 궁궐로부터 영향 받는다 (1/2)
문, 길, 벽, 풀, 나무, 고양이
만사는 궁궐 중에 창덕궁을 제일 좋아한다. 위압적이지 않으며, 감춰두고 조금씩 보여주는 화려함이 있다. 주변에 살게 돼서 운이 좋다는 생각을 한다.
궁궐은 다양한 방식으로 주변에 영향을 미친다. 우선 고층 빌딩이 없어 시야가 탁 트여있고, 조선 시대에 궁궐을 드나들며 일하던 노동자들의 거주지가 주변에 있었기 때문에 그 유산이 남아있고, 관광객들이 찾으니 그들을 위한 상점이나 숙소가 있다.
창덕궁 돈화문을 등지고 왼쪽을 바라보면 창경궁, 종묘와 연결되는 율곡터널이 보이고,
정면을 보면 국악로라고도 불리는 돈화문로가 보인다.
돈화문로는 몇 년 전 도로 정비를 했는데 바람직하게도 차도를 넓힌 게 아니라 인도를 넓혔다. 그래서 걷기 편한 길이 되었다. 이것도 궁궐이 미친 영향 같다.
이 길을 중심으로 오른쪽은 ‘핫플레이스’로 유명한 익선동, 아래쪽은 저녁만 되면 불야성을 이루는 5호선 종로3가역 주변, 왼쪽은 율곡터널 공사 완료로 깨끗하게 정비돼 떠오르기 시작하는 서순라길이다. 어찌보면 유흥가에 둘러싸인 섬 같은 신세다. 여전히 국악과 관련된 업종, 즉 한복, 국악기, 장신구, 제기 등을 판매하는 상점이 많지만 점점 더 다양한 업종의 상점들이 들어서고 있다.
이 길의 가로수는 요즘에는 보기 힘든 플라타너스들이다. 은행 열매 때문에 바닥이 더럽지도 냄새가 나지도 않는다. 커다란 낙엽들이 길을 덮고 있으니 만사는 예전의 가을들이 떠오른다. 일부러 낙엽을 밟으며 바스락거리는 소리를 즐겨본다.
이제 만사는 방향을 정해야 한다. 오른쪽이냐 왼쪽이냐 직진이냐. 먹고 마실 게 아니라면 익선동이나 종로3가에 갈 이유가 없다. 만사는 서순라길로 가기로 한다.
서순라길의 찻길은 주말 낮 시간 동안에는 통제를 한다. 인도가 그리 넓은 편은 아니니 주말에는 더 여유롭게 걸을 수 있다. 그러나 주말에 사람들이 많아지면 걸어다니기 더 힘들 수도 있겠다는 데 생각이 미친다.
고양이 한 마리가 익숙하게 담벼락을 걸어간다. 불러도 곁눈질 한 번 하지 않는다. 군데군데 관광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길고양이들이 보인다. 고양이들의 처세는 참으로 다양하다.
골목 안쪽에 꼼짝 않고 있는 고양이를 발견했다.
서순라길의 오른쪽은 종묘의 담장, 왼쪽은 상점들. 분위기 좋아보이는 몇몇 카페는 이미 손님들로 붐빈다. 잠깐 한 곳에 들러 커피나 맥주라도 한 잔 마시고 갈까? 오늘은 조용함을 선택하기로 한다.
서순라길을 벗어나 율곡터널 쪽으로 향하니 고즈넉한 공원이 만들어져 있었다. 저 담벼락이 없었다면 이 공원의 풍경은 완성되지 않았을 거라고 만사는 생각한다. 이 공원에는 벤치가 많다. 더 추워지기 전에 연인들이 벤치를 차지하고 속삭이는 모습을 보고 싶다는, 오지랖 넓은 희망을 품는다. 뜨겁게 사랑할 때는 비어있는 벤치만큼 반가운 것도 없지 않은가.
이 계단이 향하는 곳은? 짐작은 가지만 속단은 하지 않고, 우스꽝스럽지 않을 정도로 최대한 천천히 걸어 올라가본다.
(다음 편에서 계속)















짧았지만 서린사옥 근무하던 시기가 얼마나 축복받은 시기였던지를 가끔 떠올리곤 해.
내가 진짜 좋아하는 풍경이다! 우린 많이 비슷하고 또 많이 다르다! 문득, 구독료도 내지 않고 구독하고 있음이 떠오른다! 뭐냐? 물어보기도 좀 그렇고~~ 만사씨가... 저 담벼락 어딘가에 써 놓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