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째) 만사도 팬이 있으면 어떨까 상상해본다
팬덤 있는 저자, '굿즈'로서의 책
온라인 서점의 베스트셀러 목록을 살펴보다보면 ‘이상한’ 경우를 발견하곤 한다. 특정 분야의 전문성보다는 저자의 유명세 때문에 책이 팔리고 있는 것이다. 만사는 ‘이상하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오래 전부터 있어왔던 일인 것 같기도 하다. 다시 생각해보니 유명인의 책이 잘 팔리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그런데 최근 보게 되는 현상은, 한정된 사람들에게만 유명하고 인기 있는 저자들의 책도 잘 팔린다는 것이다. 이른바 ‘팬덤1’을 가진 저자들이다. 팬덤은 유명 연예인이나 정치인들만 있는 것인 줄 알았다. 인스타그램 같은 대세 소셜미디어의 이른바 ‘인플루언서’나 유튜브가 주류 미디어가 되면서 일반인이었던 인기 유튜버들에게까지 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가끔 이름 정도만 들은 유튜버가 얼마 전 낸 책이 온라인 서점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랜 기간 올라있었다. 어떤 책이길래 이렇게 사람들이 좋아할까 궁금해서 책 정보를 들여다봤다. 역시 저자의 팬이 아니라면 관심 갖기 힘든 내용으로 채워져 있었다. 책소개와 목차를 보니 모두 자신의 관심사, 자신에 대한 얘기들뿐이었다.
이 저자는 지금 공부를 하고 있다고 한다. 만사는 스스로가 편견에 가득 찬 사람이라는 걸 여기서 다시 느꼈다. 공부를 하고 있으면서도 오로지 자신에 관한 글을 저렇게 길게 쓸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기 때문이다. 그리고 저건 어쩌면 팬들을 위해 만든 책이 아닐까 생각했다. 넓은 의미에서는 ‘굿즈’에 포함될 수도 있겠다 싶었다.
생각은 극단적으로 이어져서 (고전이나 학술서는 논외로 하고) 이제는 책도 팬덤이 없으면 안 팔리는 것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볼 것도 읽을 것도 너무 많은 세상이다. 내가 팬이 될 수 없는 사람이라면 책의 내용은 부차적인 것이다.
만약 저자의 팬이라면 내용이 주는 감동도 배가된다. 대신 책은 예쁘고 세련된 디자인의 표지, 충분한 여백의 편집, 많지도 적지도 않은 감성적 사진들 포함, 너무 두껍지도 얇지도 않은 페이지수에 적당한 가격으로 만들어져야 한다. 소유하고 싶은 물건이 되야 하니까 그렇다.
요즘 출판사들이 책을 출간한 직후에 많이 하고 있는 오프라인 ‘북토크’도 저자와 독자들의 접점을 늘려서 팬층을 확보하려는 시도가 아닌가 싶다. 팬이 전무하다면 팬을 만들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 그 과정에서 책에 대한 입소문도 기대하는 것 같다.
아이돌, 인플루언서, 유명인의 팬덤이 아닌, 팬덤에 관한 일반론을 다룬 책이 나와서 읽고 있다. 이 책은 “팬덤이 거기에 속한 사람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논의”하고, “열정을 공유하는 사람들과 교류할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다루고 있다.
《팬덤의 시대: 개인과 사회를 움직이는 소속감의 심리학》, 마이클 본드(지음), 강동혁(옮김), 어크로스, 2023.
"미디어 연구에서는 팬덤을 종종 20세기 대중 소비문화의 산물로 규정"하지만 "팬덤과 관련된 기본적 관행, 즉 스타와의 이상화된 연결, 강렬한 추억과 향수, 물건 수집을 통한 자아 계발 등은 전자 기기를 통한 '대중 커뮤니케이션' 기술의 발전보다 앞서 나타난 것이다". (p.23)
팬덤이 인터넷 때문에 생겨난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한국 정치 영역에서도 ‘팬덤 정치’라는 말이 자주 등장한다. 한국만의 특이 현상은 아니었다.
스포츠 팬과 정치 지지자들은 팀이나 정당에 대한 새로운 정보를 거의 동일한 방식으로 처리함(버지니아공과대학교 2018년 연구). (p.24)
단체에 대한 소속감이라는 렌즈를 통해 정보를 걸러냄
중요한 것은 정보 자체가 아니라 그 정보가 자신이 속한 집단에 반영되는 방식
비이성적 충성심이 정당 정치의 고질적 특성이 됨
저자는 사람들이 팬덤에 합류하는 이유를 이렇게 분석한다.
사람들은 단순히 오락을 즐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런 이유들로 팬덤에 합류함. (p.28)
특정한 현실을 경험
시야를 넓힘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소통
삶의 의미 찾기
그리고 “이는 사람들이 종교 생활, 정당 가입, 군 입대 등을 하는 이유와 유사”하고, “팬덤은 이러한 제도가 가진 모든 힘과 영향력을 보유하며, 그런 제도와 동일한 근본적 심리 사회적 힘에 따라 움직인다”고 본다.
책의 서론격인 1장의 내용, 전체 분량 등을 고려했을 때 심층적 내용까지 다룬 책 같지는 않다. 그러나 팬덤에 관한 기본적인 사실과 의미에 대해 알려주는 개론서 역할 정도는 할 수 있을 것 같다.
※ 발행일을 또 못 맞췄네요. 죄송합니다.😭



여기 만사씨 팬 하나 있습니다. ㅎ
팬심의 등급이 어느 정도 올라가면 종교나 다름없더라고요.
무슨 짓을 해도, 그들이 생산하는 컨텐츠의 퀄리티와는 상관없이 무한지지...
그럼애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팬들을 보면 그들의 스타들까지 관심이 가게 됩니다.
만사님께 끌리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