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째) 만사는 이제 그 책들을 보내주려한다
자신이 '변태'는 아닐 거라 확신한다
만사는 방에 쌓인 책을 보며 자신이 언제, 어떻게, 어떤 책을 사는지 떠올려봤다.
새로운 관심 분야가 생겼을 때 그와 관련된 책
선생님의 서평집, 팟캐스트, 강의에 ‘등장’하는 책
어떤 책을 읽다가 거기서 인용한 책
인터넷서점의 분야별 뉴스레터에서 소개하거나 개인화 추천에 있는 책
베스트셀러 중 궁금한 책
잡지, 신문의 신간이나 서평 코너에서 다룬 책
고전 작품 중 모두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든 책(최근에는 카프카 전집,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직업적 필요와 관련된 책
신간이 나오면 무조건 사는 저자의 책
RSS 리더에 인터넷서점의 관심 분야별 신간 피드를 등록해두고, 확인했을 때 흥미로운 책
물론 보통 이상의 관심을 끌어야하고 책소개, 저자, 목차 들을 검토한 후 괜찮다 싶은 책이면 장바구니에 일단 넣어둔다. 그리고 며칠 또는 몇 주 후에 봤을 때도 여전히 사야겠다고 판단되면 그때 주문하는 식이다.
책의 성격이나 내용이 종이책보다 전자책으로 읽는 것이 맞겠다고 판단되면 전자책 장바구니에 넣어두고, 만약 전자책으로 나오지 않았다면 전자책 출간 알림을 신청한 후 잊는다. 만사는 이게 꽤 합리적인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합리적인 상황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말이다.
만사의 방에서 책이 차지할 수 있는 물리적 공간은 제한적이다. 반면, 그 많은 내용들도 만사의 작은 뇌를 가득 채우지 못한다니 밑 빠진 뇌의 신비 아닌가 싶다. AI는 뇌에 비하면 계산을 ‘조금’ 더 빨리할 뿐이라는 말이 맞는 것 같다. 그 ‘특이점’이라는 것이 ‘신비로움’으로까지 느껴지지 않는다면 여전히 성능 좋은 계산기로 여겨질 거다.
아무튼, 책이 들어오는 통로는 열 개인데 나가는 통로는 막혀있다. 그게 문제다. 만사는 다 읽은 책도 내보내길 주저한다. 다시 찾게 될 것 같은 두려움 때문이다. 사실 이건 실체가 있는 두려움이 아니다. 상상 속 두려움이다. 실제로 일어난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두려움이란 원래 그런 것 아닌가.
만사는 그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책을 보내주는 의식이라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한다. 버릴 책(밑줄을 긋고 테이프를 붙이고 책등을 쪼개며 봤기 때문에 어차피 중고로도 못 판다)이 몇 권 이상 모이면 이렇게 하는 거다.
‘내가 너희들을 만지고 바라보며 깊이 정들긴 했지만 이제 헤어져야 할 것 같아. 받기만 해서 미안해. 다른 좋은 사람 만났으면 좋겠지만 그것도 힘들 것 같네. 미안해. 막 다뤄서. 다음 사이클에는 다른 모습이 되겠지만 그것도 나쁘지 않았으면 좋겠어. 여럿이 함께 가니 외롭진 않을 거야. 행운을 빌게.’
그리고 짧은 묵념.
이 정도면 잘 보내줄 수 있을 것 같다.



고생을 사서 하는구나~~~~ 우리같은 놈들은 상상도 할 수 없는 고민이네~~ 1년에 책을 한권도 구입하질 않으니~~ 만사 편안한 느낌~~ (너무 솔직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