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째) 만사는 이야기를 잘 하고 싶다
'큐레이션보다 에세이'라고는 하지만...
만사는 스스로 서사를 만들어 볼 수 있는 방법으로 ‘에세이’를 생각하고 있다. 에세이 관련 책을 읽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처음부터 ‘내가 쓰는 글은 에세이야’라고 규정하고 시작한 것은 아니다. 다만 에세이라는 장르의 전통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이 많겠다 싶어서였다.
에세이가 디지털 환경에서도 여전히 유용한 형식일까? 별로 생각해보지 않은 것 같다. 참고가 될만한 책으로 케네스 골드스미스의 《문예 비창작: 디지털 환경에서 언어 다루기》를 읽는 중이다. 다 읽고나면 실마리 정도라도 건질 수 있을까.
만사가 지켜보고 있는 블로그에서 공교롭게도 ‘Everything is an essay.’라는, 뉴스레터와 에세이에 관한 글을 썼다. 요지는 이렇다.
개인 뉴스레터에는 '에세이' 형식을 (큐레이션보다 먼저) 사용해라
일관성을 유지하기 좋음
가장 다재다능한 퍼블리싱 형식임
오랜 시간 동안 힘을 발휘할 수 있음
큐레이션보다 일이 적음
결국에는 둘 다 하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함
독자들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음(통계와 반응이 말해주고 있음)
몇 년후에 다양한 형식의 결과물(팟캐스트, 영상, 책, 강좌 등)로 편집하기가 훨씬 쉬움
현재는 AI의 능력 범위 밖에 있음
동영상을 포함하는 것을 고려해야 함
예나 지금이나 콘텐츠는 유연하고 일관성 있게 만들어야 함
만사는 독자들에게 좋은 ‘정보’를 줘야한다는 강박에 시달린다. 그러나 조금만 생각해보면 지금 세상에는 사람들이 힘들어 할 정도로 정보와 이야기가 넘친다. 큐레이션을 공들여한다고 해도 관심 있게 들여다보지 않으면 그것 역시 여느 정보들과 차이를 느낄 수 없다.
정보의 한계는 분명하다. 발견하고, 쓸모있다는 판단을 내린 후에도 행동으로 전환되기 어렵다. 정보가 많을수록 더 그렇다. 쓸모있는 것을 저장해두는데 만족한다. 책을 쌓아놓고 보지 않는 것과 닮았다.
그럼 서사를 담은 에세이는 다를까? 아직 잘 모르겠다. 다들 ‘스토리’를 외치고 있어서 역시 정보마냥 넘쳐나고 있다. 좋은 이야기를 큐레이션해야 할 판이고, 그래서 이야기를 해주는 사람이 중요한 것 같다.
김창옥씨가 강연하는 걸 티비에서 우연히 봤다. 그전부터 그가 전하는 메시지는 익숙한 것이고 별로 탐탁치 않았다. 그런데 한 시간도 안 되는 동안 사람들을 웃게 만들고 (중년 남성들마저) 울게 만드는 걸 봤다. 그의 외모, 태도, 이야기의 소재, 전달방식 모두 사람들이 쉽게 공감하게 만드는 것 같다. ‘에토스와 파토스가 있다’로 정리될 수 있으려나.
그래서 에세이가 어렵다. 정보를 주는 자는 정확성, 신속성, 신뢰성만 확보하고 있으면 일단 안심할 수 있다. 이야기는 그 이상이 필요하다. 속 편하게 ‘큐레이션 말고 에세이를 써’라고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만사님 충분히 이야기 잘하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