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째) 만사는 종묘와 을지로가 가깝게 느껴졌다
바로 옆이니까.
만사는 아내를 꼬드겨 산책을 나갔다. 오늘은 안 가본 길로, 낯선 곳에 가고 싶었다. 걸어서 갈 수 있는 곳 중에 그런 곳이 있을까. 주말의 을지로는 어떤 모습일까. 목적지는 그쯤으로 정한다.
서순라길을 거쳐 종묘공원에 이른다. 종묘로 사람들이 드나드는 모습이 보인다. 생각해보니 종묘는 들어가 본 적이 없다. 종로구민 할인을 받아 둘이 입장료 천원을 내고 들어갔다.
이 돌이 깔린 길은 신로, 어로, 세자로의 삼도(三道) 중 신로(神路)로, 조상신이 다니는 길이라고 한다. 이 위로 걷지 말라는 표지판을 나중에 발견했다. 어쩐지 걷기가 불편하더라.
종묘의 대표 건물인 정전(正殿)은 내년 9월까지 공사를 한다. 가림막이 쳐져 있지만 101미터나 되는 건물의 위용이 드러난다. 만사는 내년 이맘때쯤 다시 와야겠다고 생각한다.
건물 구조, 처마의 모양, 기와의 색 등이 창덕궁이나 창경궁과 같은 왕의 거처와는 달랐다. 제사를 지내는 곳이니만큼 절제하고 단순하게 만들려 했다고 하는데 그런 것 같다.





구름이 조금 있어도 불평하지 않았겠지만 구름 한 점 없이, 오늘 하늘은 올려다 볼수록 놀라웠다. 신의 눈이라도 마주 보는 듯 신비롭게 파란 색이었다. 화가들은 저 파랑을 그려내기 위해 얼마나 고뇌했을까.
궁궐들에는 연못이 있다. 풍수지리 때문인가 아니면 불이 났을 때 방화수로 쓰기 위해서인가. 만사는 그런 생각을 했다. 연못 한가운데를 그냥 놔두지 않고 정자라도 아니면 멋들어진 나무 한 그루라도 세워놓은 것은 기능이 아니라 풍류를 위해서였겠지, 라고 생각하고 싶었다.
이제 세운상가를 거쳐 을지로3가로 접어든다. 낯선 스타일의 간판들이 시선을 뺏는다. 을지로 스타일인가. 일본풍 같기도 홍콩풍 같기도 하다. 홍콩은 가보지 못했지만 영화에서 많이 봤다. 아직까지 만사에게 최고의 영화는 〈중경삼림〉이다.









감각적인 간판이 손님을 끌 수 있다. 기대감. 음식과 서비스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딱 한 번만 그럴 수 있다. 그걸로 충분한 곳도 있겠지만 그걸로 끝인 곳도 있다. 좋지 않은 리뷰가 쌓이면 그 딱 한 번의 기회도 날려버릴 수 있으니 장사하기 쉽지 않은 요즘이다. 그런데 사람은 그대로인데 간판만 바꿔달면 사람들이 다시 찾아줄 거라고 믿는 장사도 있나보더라. 참 뻔뻔한 장사다.
‘호텔 수선화’라는 카페에 들어간다. 아내 말로는 을지로 변화 초기에 생긴 곳이라고 한다. 을지로에서만 가능한 간판인 것 같다. ‘내용이 중요하다’라는 자신감인가. 앞의 간판들과 대조적이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얼마 전 알게 된 ‘신도시’라는 술집 겸 공연장을 발견했다. 요즘 홍대 라이브클럽에서는 보기 힘든 장르와 스타일의 밴드들이 공연하는 것 같아 언제 꼭 한 번 와봐야지 했는데 이렇게 발견했다.
집에 와서 떡볶이를 먹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