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째) 만사는 광화문 월대가 궁금했다
이 길에서는 관광객들의 흥분에 전염된다
만사(漫事)는 나르시시즘에 빠지는 것을 경계한다. 그의 정신 연령이 삼십 대 후반쯤에 멈춰 있는 것과는 어울리지 않는 경계심 같다. 그러나 무릎과 허리의 내구성은 그런 어린 정신을 견뎌낼 수 없는 나이로 가고 있다.
이렇게 책과 모니터만 쳐다보고 있다가는 스물스물 나르시시즘이 싹틀 것 같아 만사는 얼마 전 복원 완료 후 공개된 광화문 월대를 보러가기로 한다. 공사 기간이 제법 길었다. 차로 지나다니며 볼 때는 진척이 없어보였는데 완성됐다고 하니 궁금해졌다.
버스를 타고 가기에는 애매한 거리여서 걸어가기로 한다. 요즘처럼 따가운 햇볕과 서늘한 공기를 함께 느낄 수 있는 시간이 얼마나 되겠는가. 카메라, 핸드폰, 신용카드, 전자담배 등 최소한의 소지품만 작은 가방에 얼른 챙겨 집을 나선다.
가는 길에는 송현동 광장이 있다. 이건희가 기증한 작품들을 전시할 미술관을 만들 땅이다. 처음 개방했을 때는 잔디와 꽃나무만 듬성듬성 심어져 있었는데 이젠 제법 공원 같은 느낌이 난다. 요즘은 가을꽃이 한창이고 이런저런 행사들을 하고 있다.
‘K’ 열풍 때문인지 이 동네는 어딜가나 관광객들이 많다. 저 한복 대여점은 대체 어떤 수완으로 저렇게 많은 관광객들을 끌어들이는지 궁금했다. 전통적인 방식인 관광업체와의 주고받기로만 가능한 것인지, 시대에 맞게 인스타그램 같은 소셜미디어 홍보를 잘해서인지. 뭐 하나만 잘 해서는 안 되는 세상이니 둘 다인지.
한복은 예쁘다. 특히 여자 한복. 외국인들 눈에도 그런가보다. 그런데 만사에게는 항상 거슬리는 것이 하나 있다. 바로 한복에 어울리지 않는 신발. 이벤트로 입는 옷인데 그것까지 챙겨야겠냐, 어차피 치마에 가려 잘 보이지도 않는다. 그래도 고운 치마 안에 부츠나 어글리슈즈가 보이면 뭐랄까 더 이상 한복이 아니라 망토 같은 걸 두른 것으로 보인다.
이 동십자각 지하보도는 몇십 년을 폐허에 가깝게 방치해놓더니 관광객들이 많아져서 개보수했나보다. 사실 이 위치에 왜 지하보도가 있는지 이해가 안 간다. 그 전에는 주변에 횡단보도가 없었던가? 아무래도 반지하처럼 시가전에 대비한 군사적 목적이 아니었을까 짐작만 해본다.
광화문 월대가 생기면서 기존 도로를 차지한 공간만큼 주변 인도도 함께 넓어졌다. 원래 있던 인도와 추가된 인도의 보도 블록 무늬를 굳이 맞추려고 하지 않고 중간에 잔디를 추가해서 자연스럽게 연결시킨 것 같다. 가로등 배치와 유지보수에도 이 편이 더 좋은 것 같다.
이제 월대가 보인다. 있을 때와 없을 때가 확연히 다르다고 만사도 느낀다. 저 거대한 문으로 바로 들어가는 것은 좀 이상하다. 중간에 문 안과 밖을 중화시키는 공간이 있으니 좋다. 광화문으로 걸어가며 천천히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겠다.
친숙한 해태상은 월대 초입에 배치돼있다. 해태를 보면 뭔가 믿음직하다.
이번 복원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월대가 훼손되기 전 쓰였던 원형 부재를 일부 찾아서 복원했다는 것이다. 만사는 이걸 듣고 우리나라도 이제 선진국인가 싶었다. 속도보다 의미를 우선했다는 것이 좋았다. 여기저기서 그 흔적을 찾을 수 있었다.





광화문 현판도 새로 공개했다. 역시 금빛이 고급스럽네. 금 때문에 금빛을 좋아하는 걸까 인간의 유전자에 금빛 취향이 새겨져 있는 걸까. 새삼 광화문이 참 공들여 만든 문이구나 싶었다.
‘광화(光化)’의 유래에는 이견이 있다고 하지만, 결국 “군주에 의한 덕화(德化)를 의미”한다고 한다. 그러나 현대에 군주 운운하는 것은 마땅치 않다. 만사는 제 나름대로 우리 모두가 세상에 작은 빛이라도 되는 것을 염원하기로 한다.
한국인이든 외국인이든 구경 온 모든 사람들이 즐거워했고 인상을 쓰고 있는 사람은 찾을 수 없었다. 노구의 부부는 서툴게 셀카를 찍고 있었고 익숙치 않지만 만족하는 모습이었다.
만사는 그냥 돌아가기 아쉬워 교보문고로 향한다.











내일도 기대돼요.
아직도 담배를 피우시다니... ^^;
관광객들에게도 보여주고 싶은 글이네. 참 좋은 곳에 산다. 도도한가이드 해도 잘하시겄어.